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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RIS EMERGENCY '피에히의 폭스바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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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8/04/10 17:25 | 조회 : 19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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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잘못 만나면 패가망신한다. 홍콩에서 이런 격언을 곱씹게 만든 사건이 터졌다. 홍콩 영화배우 진관희가 몇 명의 여성과 ‘얼큰한’ 시간을 보낼 때마다 찍어둔 ‘19금’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진 것. 함께 했던 여인들은 파혼 위기에 놓이는 등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처지가 됐다. 또한, 사진을 퍼뜨린 네티즌의 처벌 문제를 놓고 찬반논쟁이 벌어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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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밝히다가 신세 망칠 수 있다. 이번엔 독일에서 벌어진 섹스 스캔들이다. 이 사건이 표면 위로 불거진 건 지난 2005년이다. 하지만 최근 재판이 열리면서 다시 한 번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럽 최대의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이 관련된 데다, 독일 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결부되어 있어 독일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폭스바겐의 전직 관리자가 당시 비자금을 조성해 노동조합 간부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 함께 해외원정 섹스관광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듯 낯부끄러운 행각은 2005년 이사회의 한 임원이 언론에 폭로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당시 인사국장인 페테르 하르츠와 두 명의 고위 간부, 노조 조합장 등이 재판에 회부됐다.
증인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아주 가관이다. 전 노조 위원장이자 감독위원회의 구성원인 클라우스 폴케르트는 2년 동안 한화로 40억 원에 가까운 290만 유로의 ‘뒷돈’을 받았다. 수사결과에 따르면 그는 이 돈으로 폭스바겐 노조 간부들과 함께 세계 각지로 ‘섹스 관광’을 다녔다. 간부 부인들에겐 에르메스 상품권 등의 뇌물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주4일 근무를 관철시켜 노조의 열렬한 지지를 등에 업은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2003년 그는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외유를 떠나면서 브라질인 매춘부에게 ‘어리고 살결이 까무잡잡한’ 여성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리스본에서의 ‘재미’에 푹 빠진 그는 급기야 그녀를 항공기 일등석에 태워 폭스바겐 임원회의가 예정된 파리의 특급호텔까지 데려갔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건 독일 기업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독일의 기업은 두 개의 경영조직을 갖는다. 한 개는 우리나라 기업에서도 볼 수 있는 경영이사회, 그리고 또 하나는 노조간부와 주정부 파견직원 등으로 구성된 감독이사회다. 경영구조가 이렇다 보니 독일의 회사는 노조의 이익에 반하는 구조개혁이나 임금억제, 인원감축을 단행하기 어렵다.
더욱이 폭스바겐은 일반 독일 기업과 배경이 사뭇 다르다. 2차대전 이후 영국군이 쥐고 흔들다 1949년 서독에 넘겨줬고, 연방국가의 특성상 니더작센 주정부가 대주주가 됐다. 폭스바겐이 흡수합병 대상에서 제외되고, EU 경쟁위원회의 규제도 받지 않는 건 이렇듯 국영기업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욱 노조의 심기를 건드리기 어려운 형편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10년간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해 왔다. 포르쉐 박사의 손자, 페르디난트 피에히의 주도 하에 세아트와 슈코다, 벤틀리와 람보르기니, 부가티를 꿀떡꿀떡 삼켜 덩치를 한껏 키웠다. 그러나 비대해진 몸집만큼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생산비용은 나날이 치솟는데, 직원은 복지가 뛰어난 독일 기업 중에서도 가장 적게 일하고 많은 돈을 받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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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폭스바겐 경영진 입장에선 어떻게 해서든지 노조 간부의 동의를 얻어 비용 절감을 위한 갖가지 사안을 처리해야 했을 것이다. 지난 2004년 폭스바겐은 직원의 일자리를 7년간 보장해 주는 대신 주당 근로시간을 4시간 늘리고, 2년간 임금을 동결하기로 노조와 타협하면서 ‘노사화합’의 사례로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은밀한 뒷거래가 ‘노사화합’ 직전에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로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얼마 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에히는 “이 사건과 관련된 어떤 사실도 모른다”며 입을 꼭 다물었다. 피에히는 1993~2002년 폭스바겐 최고경영자를 역임했고, 현재는 감독이사회 의장이다. 그가 정말 몰랐을까?
최근 수사 결과 당시 클라우스 폴케르트에게 290만 유로의 불법 보너스를 지급하는 내용을 최종 승인한 장본인이 피에히와 전 인사국장 페테르 하르츠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증인 조사 과정에서 피에히는 “내가 폭스바겐을 일으켜 세웠다”며 되레 역정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주장이 괜한 허풍은 아니다. 1990년대 초 독일 내에서 구조조정 0순위로 꼽히던 폭스바겐을 오늘날 유럽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로 키운 주인공이 피에히라는 사실엔 반론의 여지가 없다. 포르쉐 박사가 없었다면 설립되기 어려웠을 폭스바겐을 전쟁과 함께 송두리째 빼앗겼다가 수십 년 만에 외손자가 다시 거머쥐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었다.
그는 폭스바겐에서 수많은 업적을 이뤄냈다. 거침없는 ‘브랜드 쇼핑’으로 연간 500만 대 이상의 차를 쏟아내는 폭스바겐 왕국을 세운 것 이외에도 볼프스부르크엔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를 세웠고, 드레스덴엔 페이톤을 위한 초호화 투명유리공장을 세웠다. 페이톤과 투아렉을 앞세워 브랜드의 ‘신분상승’을 꿈꾼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어려워지면서 그는 채권단의 공격을 받아왔다. 채권단은 그가 인수·합병 및 고급차 개발로 막대한 손실을 냈을 뿐 아니라 회사를 사유물처럼 좌지우지하려 한다며 불쾌해 했다. 설상가상으로 2005년 섹스 스캔들이 터지면서 그는 사임압력마저 받았다. 묘하게도 그 시점에 피에히의 외가인 포르쉐가 경영권 보호를 명분삼아 폭스바겐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그의 입지도 회복됐다. 이번에 재판이 열리면서 다시 한 번 위기가 닥쳤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 않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유독 큰 건 한 기업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독일 기업의 경영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화두로 던졌기 때문이다. 독일의 노동자들은 이 사건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목소리가 더 줄어들게 되진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한편, 언론보도 및 수사결과로 밝혀진 노조간부의 원정 섹스 관광지 리스트엔 어찌된 일인지 대한민국 서울도 들어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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