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트리스 :::

걸친 선글라스, 하늘하늘 날리는 머리카락, 여기에 동반석에 앉아 있는 사랑스러운 그녀. ‘컨버터블’ 하면 대개 떠올리는 이상적인 오픈 드라이빙 아닐까? 기자는 과거 3년 동안 컨버터블, 우리 식으로 말해 오픈카 오너였다. 당시 경험을 회상

컨대 ‘이상과 현실’은 아주 달랐다.
먼저 천으로 된 지붕인 소프트톱이 그렇다. 막상 오픈하고 달리니 사방에서 몰아닥치는 바람에 XX놈(?)처럼 머리가 산발이 되고 매연과 자외선에 피부 트러블마저 생기기 일쑤였다. 오픈했을 때야 당연하지만 톱을 씌워도 실내는 여전히 난리다. 외부 소음이 차단되지 않아 고속 주행 때 음악 감상은 물론 동반자와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

완성도 높은 컨버터블로 가치 커
게다가 소프트톱은 단열 기능이 떨어진다. 실제로 여름철에는 작열하는 태양열이 머리에 그대로 전해져 아무리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투두득’거리며 소프트톱에서 들리던 빗소리가 그렇다. 지금도 결코 잊지 못할 낭만이다.
관리도 그렇다. 세차할 때 박박 문지르면 천이 마모되기에 전용 세척제로 조심스레 때를 벗겨야 한다. 또 주기적으로 뒤틀림을 교정해야 장마철에 누수 현상이 없다. 모두 직접 오너가 되기 전까지는 결코 알지 못하던 내용이다.
가장 극적인 기억도 있다. 모처럼 잡은 소개팅. 럭셔리하고 지적이며 섹시하기까지 한 그녀를 모시고 출발하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내린 엄청난 소나기가 윈도와 소프트톱 사이의 러버 실을 뚫고 실내로 쏟아진다. 폭포수 줄기는 아니고 소변 줄기와 꼭 같았다. 한껏 차려입은 그녀를 위해 기자는 신문지 한 장을 건넸다. “이걸 덮고 계시면 괜찮을 겁니다.” 그 뒤로 만나지 못한 그녀의 주술 때문일까? 아직 기자는 싱글이다.
같은 부류의 피해자가 많았기 때문인지 오늘날 컨버터블은 변신하고 있다. 천으로 된 소프트톱 대신 전동식 하드톱을 얹은 모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드톱 컨버터블은 톱을 덮으면 승용차 못지않은 안락감을 느낄 수 있고, 열면 오픈 드라이빙을 만끽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아우디 A4 카브리올레는 얼마 남지 않은 소프트톱 컨버터블로 가치가 크다. A4 카브리올레는 아우디 전체 판매량에서 40%가 넘는 점유율(연간 약 34만 대)을 기록하고 있는 볼륨 모델 A4를 기초로 만든 오픈카다. 최고의 감성 품질을 자랑하는 아우디가 만들었기에 완성도가 높은 소프트톱 컨버터블이다.

A4 카브리올레는 지난 2005년 데뷔한 2세대 A4 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기초로 한다. 7년마다 풀모델 체인지하는 아우디는 원래 2007년 3세대 A4를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21세기 아우디 페밀리 룩인 싱글 프레임 적용을 위해 개발 주기를 단축, 2세대 A4를 대대적으로 탈바꿈한 2.5세대 모델을 2005년 출시했고, 이듬해 카브리올레도 선보였다.
이 달 국내 출시 예정인 A4 카브리올레는 2.0ℓ 터보 직분사(TFSI) 엔진을 얹었다. 그동안 국내에 들어왔던 구형의 V6 2.4ℓ 엔진과 비교해 배기량은 낮으면서 성능이 뛰어나다. 새 엔진은 최고출력 200마력(5천100~6천rpm), 최대토크 28.6kgㆍm(1천800~5천rpm)을 낸다.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파워풀한 성능이다. 아우디가 자랑하는 직분사 기술에 터보차저를 더해 폭넓은 회전 영역에서 강한 회전력을 뽑아낼 수 있는 특징도 지녔다. 제원상 0→시속 100km 가속 8.1초, 최고속도 시속 210km(속도제한)다.
변속기는 아우디의 앞바퀴굴림 모델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7단 멀티트로닉. CVT 방식으로 변속 충격이 없고 연비가 뛰어나다. 실제로 급가속과 감속을 반복해도 엔진회전수와 배기음만 오르내릴 뿐 매끄럽게 움직인다. 단, 오너에 따라 CVT의 움직임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수동 기능을 활용하면 괜찮을 것이다. 스티어링 휠에 변속 패들이 달려 있어 편의성도 좋다. 시속 100km 주행 때 엔진 회전수는 7단 1천800rpm, 6단 2천100rpm이다.
시승차는 컨버터블로선 드물게 선바이저에 거울과 조명까지 챙겼다. 또 오픈 드라이빙 때도 냉난방 기능이 유지되도록 특별하게 설계한 송풍구를 준비했다. 뒷자리에 타고 내릴 때 앞 시트를 폴딩하는 레버와 별도로 전동식 슬라이딩 버튼을 마련한 점도 꼼꼼한 아우디답다. 트렁크 용량은 315ℓ고 소프트톱을 접으면 246ℓ다. 460ℓ인 세단보다 작지만 크게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
아우디 뉴 A4 카브리올레는 컨버터블과 악연(?)을 지닌 기자도 흠을 찾기 어렵다. 특히 소프트톱은 기밀성이 뛰어났고 오픈 때도 머리 가르마가 심하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평상시의 동경을 실현하고 싶은 오너에게 강추하고 싶은 믿음직한 컨버터블이다. 공인연비 10.4km/ℓ로 우등생다운 경제성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