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자동차 가운데 기품을 우선으로 고려할 때 영국 재규어가 으뜸이다. 오늘날까지 왕실과 귀족이 건재한 영국에서 만들어진 프리미엄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물론 롤스로이스와 벤틀리가 있기에 재규어가 영국 최고의 고급차는 아니다. 게다가 얼마 전 폭스바겐 그룹의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벤틀리가 영국 왕실 공인차라는 재규어의 기존 타이틀을 빼앗아 갔기에 더욱 그렇다.
탄생 과정을 살펴볼 때 큰 문제는 아니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가 왕실과 귀족을 대상으로 탄생한 고급차라면 1922년 시작된 재규어는 산업혁명으로 부를 얻은 젠트리(gentry) 계층을 위한 차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창기 재규어는 벤틀리의 3분의 1 값에 나왔다. 정신적인 귀족주의(댄디즘, dandyism)를 추종하던 젠트리에게 ‘합리적인 고급차’로 안성맞춤이었다.
그렇다고 재규어가 절대 싼 차는 아니다. 오늘날까지도 상당수 생산 공정을 장인의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는 값비싼 명품차다. 그 결과 연간 생산량이 약 7만 대에 지나지 않는다. 자동화 설비로 수십만 대씩 찍어내는 차와 재규어는 근본이 다른 셈이다.
경영난으로 포드에 합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는 재규어. 매각설이 나도는 흉흉한 분위기에서도 굴하지 않고 독일차, 일본차와 다른 영국 고급차 재규어를 내놓고 있다. 그 근거가 바로 재규어의 최고급 세단 XJ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