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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스포츠는 2003년 등장한 컨셉트카 레인지 스토머(Stormer)가 바탕이다. 스토머는 레인지로버를 밑그림으로 지붕을 낮춰 스포티함을 잔뜩 입혔다. 2도어 타입으로 등장해 한결 젊어진 레인지로버를 지향했다. 모터쇼에 등장한 스토머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의기양양한 랜드로버는 곧바로 양산형을 내 놓았다. 바로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등장이다.
컨셉트카는 호평을 받았지만 초기 양산형은 마케팅 차원에서 설 자리가 애매했다. 프리랜더와 디스커버리, 레인지로버로 이어지는 철옹성 라인업이 그만큼 뚜렷했던 탓이다. 이름은 레인지로버, 그러나 알맹이는 디스커버리3과 다를 게 없었다. 물론 레인지로버의 아저씨 스타일을 벗어내기 위해 ‘스포츠’라는 차 이름도 내세웠으나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위아래급의 디자인과 플랫폼을 뒤섞어가며 등장해 어정쩡한 컨셉트라는 혹평도 받았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내세우며 당당하게 랜드로버 라인업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침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디스커버리와 레인지로버 사이를 깊게 파고들었다. 엔트리급 레인지로버로 자리매김하며 디스커버리 고객이 레인지로버로 자연스럽게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덕분에 랜드로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전보다 디자인과 상품성이 크게 좋아졌고, 재규어와 메커니즘을 호환하면서 생산 원가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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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 2.7ℓ 디젤 엔진 얹고 최고출력 190마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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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기름 퍼먹기로 악명 높았던 V8 4.4ℓ 휘발유 엔진 대신 V6 2.7ℓ 디젤이 추가되었다. 동시에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다. 기름도 적게 먹고, 유지비도 싼데다 디젤의 단점을 찾아볼 수 없으니 휘발유를 택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엔진은 푸조 607과 재규어 S-타입 등에 쓰인 TDV6다. 이 엔진은 이미 소음과 진동면에서 비슷한 배기량의 휘발유 엔진을 크게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랜드로버는 이 엔진을 들여오면서 트윈 터보를 싱글 터보로 바꿨다. 그 탓에 같은 엔진을 얹은 푸조와 재규어가 200마력을 훌쩍 넘는 것과 달리 랜드로버 TDV6은 190마력을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193km를 내지만 초기 가속은 더디다. 큰 덩치 탓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은 12초대에 끊는다. 본격적으로 터보가 터지기 전까지 가속 페달은 반응이 거의 없다싶을 정도다. 회전수가 오르지만 이 회전력이 차체에 곧바로 전달되지 않는 셈이다.
본격적으로 엔진 파워를 느낄 수 있는 시점은 킥다운과 동시에 터보의 세계로 빨려 들어갈 때다. 터보가 작동하는 시점을 중심으로 그 위와 아래가 극명하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 6단 AT는 저속에선 레드존까지 충분히 활용하고, 고속에선 회전수를 아껴가며 변속하는 편이다.
페달감각에 익숙해지면, 그리고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터보에 적절한 트랜스미션 기어를 맞춰내면 차는 마음먹은 대로 스포티하게 움직일 수 있다. 이때부터 큰 덩치의 SUV가 수족처럼 움직인다. 중속에 진입하면서 차 크기를 잊을 만큼 통쾌하게 내뻗고, 차는 무섭게 튀어나간다. 실용영역에서는 답답함 없이 속도를 올리고 내릴 수 있다. 다만 이런 가속이 고속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브레이크는 초기 답력이 부족하나 그 이상으로 압력을 가하면 땅바닥에 내리꽂듯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차체를 붙잡는다. 온로드에서 주행안정장치 DSC는 빠르게 개입하되 이미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뒤에서야 제대로 차체를 붙잡는다. 슬립을 시작하면 바퀴 제어보다 엔진 제어 쪽에 더 치중한다. 과격한 차체를 순간적으로 붙잡진 못하나 잔뜩 흥분한 디젤 엔진에 찬물을 끼얹는 재주는 탁월하다. 브레이크의 초기답력이 부족한 특성이 주행안정장치에서도 곧바로 드러나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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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내비게이션과 위성 DMB 등 옵션 넉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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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휘발유와 다르지 않다. 조용하고 편안하며 세상과 단절된 공간을 만들어낸다. 디젤 엔진의 꾸준한 토크 덕에 장거리가 두렵지 않고, 낮은 회전수에서 쭉 뻗은 언덕길을 성큼성큼 달려내는 모습도 기특하다.
무엇보다 가치는 오프로드에서 드러난다. 에어 서스펜션으로 차 높이를 껑충하게 키울 수 있고, 이 상황에서도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타이어의 휠 트래블을 만든다. 오프로드에선 독립식 서스펜션의 한계를 크로스 링크 밸브로 극복했다. 한쪽 타이어가 위로 올라가면 반대편 타이어는 더욱 아래로 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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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오는 구조다.
자칫 다양한 전자장비 탓에 오프로드를 힘겹게 올라서는 재미가 반감할 수 있다. 운전석에서 터레인 리스폰스, 즉 지형반응 시스템만 돌려 맞추면 나머지는 스스로 알아서 한다. 자갈, 눈길, 모랫길 등에 맞춰 최적의 트랙션을 만든다.
영국 향기가 진한 고급 SUV는 한국형으로의 진화도 충직하게 따랐다. 인스트루먼트에 깔끔하게 담긴 한글 내비게이션과 위성 DMB 등을 채워 옵션도 넘친다. 인스톨도 수준급이다.2열 승객을 위해 앞좌석 헤드 레스트에는 별도의 모니터까지 마련했다. 물론 차에 오르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덤으로 얻게 된다. 값은 휘발유 모델보다 무려 1천600만 원이나 싼 8천9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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