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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의 1세기 역사 속에는 크고 단단하며 넓고 우아한 차만 가득했다. 철옹성 같은 안전 노하우를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함께 넉넉한 차체 가 뒷받침된 덕이다.
이런 벤츠에게 컴팩트 세단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최고의 성능과 뛰어난 안전성은 물론 고유의 모델가치까지 벤츠의 기준에 모자람이 없어야 했다. 자칫 작은 차를 만들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누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C-클래스가 언제나 다양한 신기술을 가득 담고 등장한 배경이다. 뿐만 아니다. 1980년대 시작된 C-클래스는 아랫급 A클래스는 물론 뒤늦게 개발한 B-클래스에게까지 아이디어를 연장시켜 주었다. 플랫폼과 기술 개발은 전혀 다른 목표를 지향하고 있으나 작은 차 만들기에 대한 두려움을 깡그리 없애 준 모델이다. 동시에 프레스티지 중대형 세단과 컴팩트 해치백 사이를 잇는 교두보 역할에 충실해왔다. 2007년, 4세대로 이어온 C-클래스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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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첨단 컴팩트 세단의 새로운 제안
1세대 190 시리즈(W201) | |
원조에 대한 의견이 여럿이나 메르세데스-벤츠가 제시한 C-클래스의 원조는 ‘벤츠 190’이다. 공식적으로 ‘C’라는 이니셜을 달기 이전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C-클래스 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190은 E-클래스를 베이스로 등장했다. 그럼에도 차 크기와 지향하는 바가 뚜렷한 덕에 독립적인 위치를 고수했다. 이런 190의 개발 배경은 1970년대 중반 불어 닥친 혹독한 2차 석유파동이었다. 커다란 세단만 즐비했던 벤츠에게도 기름 덕 먹고 경제적인 차가 필요했다. 그렇다한들 작은 해치백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당시 기준으로 가장 아랫급인 E-클래스의 크기를 줄여 더 작은 세단을 만드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기로 했다.
결국 1970년대 말, 컴팩트 세단 프로젝트인 W201을 준비한다. E-클래스(W123)를 바탕으로 크기를 줄인 오너 중심이 세단이 궁극적인 목표였다.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에겐 하나의 도전이었다. 요즘 벤츠 기술이라면 뚝딱 차 한 대 만드는 일이 어렵지 않겠으나 당시 기준으로는 신중한 도전이었다.
새 컴팩트 세단은 승차감과 품질은 물론 성능까지 모든 면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준을 통과해야 했다. 오너 중심의 세단인 만큼 최고의 안전성과 절대적인 내구성도 갖춰야했다. 밑그림이 된 E-클래스(W123)보다 길이를 300mm 이상 줄여야 한다는 전제도 깔려있었다. 무게도 300kg이상 덜어내야 차 크기를 줄인 효과도 누릴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마침내 프로토 타입이 등장했다. 적절하게 덜어낸 무게 덕에 힘이 넘치는 조화를 이뤘다. 동시에 1ℓ당 12km를 넘게 달리는 경제성도 얻을 수 있었다. 마침내 1982년, S-클래스와 E-클래스로 나뉘었던 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에 C-클래스의 원조 190 시리즈가 더해졌다.
190 시리즈는 간결한 보디라인과 균형미 넘치는 테일 램프가 멋스러웠다. 당시 기준으로 혁신에 가까운 실루엣이었다. 무엇보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메커니즘이 즐비했다. 안락한 승차감을 지녔으나 공간 활용성이 부족해 작은 차에 적용하지 못했던 독립식 뒤 서스펜션도 190 시리즈가 처음 시도했다. 안전성과 승차감을 동시에 잡았고 뒷자리도 넉넉했다. 탄탄한 섀시강성이 뒷받침된 덕이기도 하다. 190 시리즈는 모든 면에서 경쟁차가 갖지 못한 첨단을 가득 담았다.
엔진도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다. 디젤 엔진을 캡슐로 감싸 소음도 크게 줄였다. 캡슐D 엔진을 얹은 190 D는 당시 ‘위스퍼 디젤’(Whisper Diesel)이라는 닉네임도 얻었다. 다양한 신기술을 담은 휘발유 엔진도 190 시리즈의 가치를 더했다. 벤츠 역사상 가장 작은 모델 시리즈였으나 가치는 차 크기와 반비례했다. 수많은 이들은 190 시리즈를 통해 벤츠에게 한걸음 다가서기 시작했다. 벤츠 역사에 큰 획을 그어온 C-클래스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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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C-클래스의 이름으로 세상을 날다
2세대 W202 | |
1993년 마침내 190 시리즈의 후속이 등장했다. 공식적으로 C-클래스라는 이름도 처음 달았다. 코드네임 W202. 실루엣은 이전 190시리즈의 전통을 이었지만 차체는 조금 키웠다. 갖가지 안전·편의 장비도 윗급 부럽지 않게 모아 담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합리적인 값으로 나왔다. 선대 모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릴 수 있는 비결이었다.
2세대 C-클래스의 개발 모토는 ‘더욱 가치 있는 차,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고객의 개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클래식 버전 외에 다양한 모델 라인업을 선보인 때였다. 신선함을 추구한 에스프리(ESPRIT), 우아하고 기품 있는 엘레강스(ELEGANCE), 다이내미즘을 접목한 스포츠(SPORT) 등 여러 C-클래스가 선보였다. 라인업에 따라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에 각각의 특징도 함께 담았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벤츠가 널리 퍼지게 된 것도 2세대 C-클래스의 몫이 컸다.
무엇보다 C-클래스에 벤츠의 두드러진 엔진기술이 접목되던 시기였다. 작은 엔진으로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4밸브 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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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의 DOHC 방식이 C-클래스 라인업에 첫 선을 보였다. 당시 E-클래스와 엔진 공유도 늘렸다. 같은 엔진을 얹었지만 차체가 작고 컴팩트해 오히려 E-클래스를 앞서는 성능도 보였다. 새 모델은 C 180과 C 220, C 280 등 작은 엔진으로 커다란 파워를 뿜어내며 유럽을 휩쓸었다.
승용 디젤 역사상 최초로 4밸브 방식의 OM시리즈 디젤 엔진도 이때 등장한다. 100만km까지 견딜 수 있는 크랭크와 엔진 블록, 헤드는 아우토반의 장시간 고속주행도 거뜬히 견뎌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디젤 엔진 기술의 진보도 멈추지 않았다. C-클래스에 터보와 쿨링 시스템을 더한 디젤이 처음 등장했다. 1995년이었다. 인기 많은 디젤 기술력을 꾸준히 갈고 닦아 1997년에는 마침내 커먼레일 방식의 직분사 디젤까지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이전의 클래식한 모습 대신 한결 모던한 분위기의 디자인 덕에 미국시장에서는 ‘베이비 S-클래스’라는 애칭도 항상 따라다녔다. 이때부터 메르세데스-벤츠 방식의 영토 확장은 더욱 거세졌다. C-클래스를 통해 라인업을 더욱 확고히 다지기 시작했다. 오너 중심의 세단으로 변모한 만큼 승차감과 내구성은 물론 성능과 핸들링도 더욱 견고해졌다. 여전히 벤츠라는 명성에 손색이 없을 만큼 편의장비도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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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포문을 연 스포티 C-클래스
2000년 3세대 W203 | |
2000년 4월 서울에서 열린 수입차모터쇼. 월드 데뷔에 맞춰 아시아 최초로 3세대 C-클래스가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공개되었다. 에어로 다아내미즘이 접목된 새 모델은 무거운 디자인을 벗고 날렵한 실루엣을 자랑했다. 땅콩 모양의 헤드램프는 위급 E-클래스에서 영감을 얹어왔다. 특히 앞에서부터 뒤로 자연스레 솟아오르는 쐐기형 디자인은 S-클래스(W220) 부럽지 않았다.
윗급 E·S-클래스와 함께 메르세데스-벤츠의 패밀리 룩을 완성하는 시기였다. 3세대 C-클래스의 개발 컨셉트는 ‘달리는 즐거움’이었다. E-클래스 아랫급의 컴팩트 세단은 젊고 스포티함을 버무려 많은 젊은이에게 어필했다. 해치백 타입의 C-클래스 쿠페는 뒷바퀴굴림 해치백의 장점을 살려 많은 매니아의 가슴을 울렸다.
차체는 이전보다 살짝 작아졌으나 세련된 디자인과 스포티한 주행감각 등은 벤츠 특유의 안전성과 조화를 이뤘다. 더욱 생동감 있고 스타일리시한 모습도 갖추었다. 벤츠는 컴팩트 세단 C-클래스의 영역을 더욱 넓혀나갔다. 3세대 C-클래스는 첫 출시 이후 3년 만에 100만 대 판매라는 메르세데스-벤츠 역사상 찾아볼 수 없는 기록을 달성했다.
벤츠는 C-클래스가 더 많이 팔리고, 더 많은 사람이 C-클래스를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C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이들이 자연스레 E-클래스 나아가 S-클래스 오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예상은 적중했고, 조금씩 벤츠의 C-클래스 마케팅이 효과를 드러내기도 했다.
3세대 모델은 디자인 뿐 아니라 다양한 장비 면에서 S-클래스 못잖은 혁신들이 망라되었다. 윈도 에어백을 비롯해 2단계로 팽창하는 세이프티 에어백이 처음 더해졌다. 주행안정장치인 ESP는 물론 브레이크 어시스트 시스템, 안전벨트 텐셔너 등이 차체 구석구석을 메우기 시작했다. 덕분에 안전성은 극에 달했다. 비슷한 크기의 여느 세단이 시도하지 못한 다양한 안전장비는 벤츠의 명성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너 중심의 세단답게 다양한 장비가 드라이버를 향해 뻗어있었다.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도 동급에서 최초로 C-클래스에 선보인 장비였다.
작은 차체였지만 직렬 4기통부터 V8까지 엔진 라인업도 다양화된 시기였다. 400마력이 넘는 고출력까지 거뜬히 견뎌낸 것도 탄탄한 섀시기술 덕이었다. 3세대 C-클래스는 당시 벤츠의 기술력이 모두 응집되었다. 역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새롭게 써내려갔던 결과는 충분한 이유가 뒷받침 되었다.
2007년 5월 31일, 시험생산에 들어간 지 7년여 만에 독일 진델핑엔 공장에서 마지막 모델 왜건이 생산되면서 화려한 역사의 바통을 4세대 C-클래스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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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력과 디자인 감각의 응집
2007년 4세대 W204 | |
2007년, 마침내 4세대 C-클래스가 등장한다. 코드네임 W204. 25년 전 메르세데스-벤츠 190 시리즈가 그랬듯 이 시대 벤츠의 첨단 기술력과 디자인 감각이 한데 모인 새 모델이다. 4세대는 정교한 첨단기술과 민첩한 핸들링,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최일선에 내세운다.
컴팩트 세단의 역사에 큰 획을 그어왔던 모델인 만큼 이전 모델 역시 핸들링과 스포티를 주장했으나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첨단 전자장비가 더해지면서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프리미엄과 컴팩트 그리고 스포티를 조화한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셈이다.
2007년 초 유럽 데뷔와 동시에 프리미엄 컴팩트 세단 분야에서 단박에 최고 자리에 올랐다. 그만큼 세상이 4세대 C-클래스에 거는 기대도 컸다.
모든 차들이 동글동글 물방울 모양새로 변하는 시대 속에서 4세대 C-클래스는 우아한 라인을 뚜렷하게 살렸다. 생동감 있는 보디라인을 바탕으로 차체를 빵빵하게 부풀려 볼륨감도 극에 달하게 키웠다.
하나의 트렌드를 제시한 C-클래스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첨단 장비를 가득 담았다. 벤츠 고유의 프리-세이프 시스템도 얹었다.
무엇보다 오너 중심의 세단답게 핸들링과 서스펜션을 상황에 따라 스스로 조절되는 어질리티 컨트롤이 가장 큰 역할을 해낸다. 뒷 서스펜션은 스트로크의 움직임과 속도, 눌림 정도에 따라 댐핑 압력을 조절한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서스펜션은 몇 번 휘청거림이 시작되면 곧바로 쇼크 업소버에 힘을 줘 자세를 곧추세운다. 동시에 핸들링도 정교해지고 꺾는 만큼 정직하게 앞머리를 비틀어가며 전방을 주시한다.
이런 진보된 드라이빙 성능과 메르세데스-벤츠의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세련된 스타일은 완벽한 균형미를 내보인다. 진보와 진보를 거듭한 끝에 이뤄낸 결과다. 특히 디자인과 사양이 다른 4가지 라인업을 선보임으로써 고객들이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도 배려했다. 자신에게 맞는 C-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는 다양성까지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아방가르드에는 세 꼭지별 엠블럼이 뚜렷한 스포츠 그릴로 새겨진다. 엘레강스는 한결 우아한 분위기의 V-세이프 그릴을 얻었다. 추구하는 궁극점에 따라 모델의 디자인 터치가 달라지는 첫 번째 C-클래스가 된 것이다.
C-클래스는 이제 더 이상 작은 E-클래스가 아니다. 윗급에도 없는 장비를 먼저 얹어가며 뚜렷한 세그먼트 아이덴티티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스포티를 강조하는 수많은 컴팩트 세단의 추세를 거스르지 않되 C-클래스 고유의 안전·전자 장비를 바탕으로 확고한 위치에 올라섰다. 동시에 이 시대 메르세데스-벤츠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상징적 모델로 우뚝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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