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DA no.65 2006. 2. 1]
도로가 미끄러운 겨울철, 독자 여러분 모두 사고 없이 무사히 보냈는지 궁금하다. 이 코너를 꾸준히 애독한 독자들만큼은 아무 일 없이 겨울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전 볼보 코리아에서 마련한 VCDA(Volvo Cars Driving Academy)를 다녀왔다. 사실 편집장이라는 직책을 맡다 보니 과거 평기자 때만큼 업계 행사를 챙기지 못한다. 지난해 기자가 한 번도 행사를 찾지 못한 브랜드가 여럿이었을 정도다.
하지만 드라이빙을 좋아하는 기자 입장에서 간신히 짬을 내어 이번 행사를 다녀왔다. 무엇보다 스칸디나비아 드라이버의 스킬을 엿보고 싶었다. 도로에 히팅 장치를 할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리는 스칸디나비아의 운전자 특성을 알고 싶었다. 스웨덴에서 방문한 전문 드라이버들에게 갖가지 유혹과 압력을 넣었지만 부슬비와 짙은 안개 그리고 짧은 스케줄 때문에 기대만큼 많은 것을 볼 수는 없었다.
지금껏 아우디, BMW, 재규어, 렉서스, 미쉐린,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등 여러 브랜드의 전문 드라이버를 만나봤지만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들 정말 여유 있고 부드럽게 운전한다는 것이다.
차체가 균형을 잃고 스핀할 우려 있어혹자는 ‘확' 하고 차를 트는 거칠고 과격한 드라이빙이 더 수준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최고의 드라이버일수록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차를 다룬다. 가끔 도로에서 마주치곤 하는 폭주족과 근본이 다르다.
본지에 연재하고 있는 본격적인 비교 시승기인 ‘바이어스 가이드'를 처음 진행할 때 VODA 스튜디오의 막내 포토그래퍼와 얽힌 일화다. 차체 안정성 테스트를 위해 급차선변경을 하자 차체 꽁무니가 틀어지며 무섭게 미끄러져 나갔다.
그러자 그의 눈이 휘둥그레 지며 “어떻게 차가 그렇게 미끄러져요?”하고 묻는다. 그처럼 많은 운전자들이 급한 스티어링 휠 조작의 위험성을 모르고 있다. 슬쩍 슬쩍 두 번만 감고 풀면 심한 경우 차체가 팽이처럼 스핀할 수도 있다.
스턴트맨이 아닌 이상 일반 도로에서 급하게 스티어링 휠을 돌릴 일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갑작스레 장애물이 나타나면 반사적으로 누구나 스티어링 휠을 급하게 꺾을 것이다. 차체가 균형을 잃은 상태에서 2차 장애물이 있어 다시 반대 방향으로 스티어링 휠을 틀거나 차를 세우려고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상황이 더 악화된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대형사고의 상당수가 이처럼 돌발 상황 때 급하게 스티어링 휠을 틀고 나서 차체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해 발생한다. 심한 경우 지그재그로 왔다 갔다 하며 2차, 3차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
돌발 상황 때는 스티어링 휠을 틀어 피하기보다는 먼저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는 것이 안전하다. 속도가 줄어든 뒤 주변 상황을 살펴 조심스레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며 피해야 한다. 이때는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정면을 응시한 채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균형을 잃기 쉽다.
다행히 대다수 수입차에는 능동형 주행안정장치가 달렸다. 아무리 급하게 스티어링 휠을 돌려도 웬만해선 차체가 균형을 잃지 않는다. 또 스티어링 휠을 먼저 돌리고 브레이크를 밟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수입차에서도 브레이크를 먼저 밟고 조심스레 스티어링 휠을 돌려 위급 상황을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평소 철저한 방어 운전으로 미리 돌발 상황을 예측해 속도를 먼저 줄이고 피하는 것이다.
|
|
 |
글·박영웅 기자(heropark@istrada.co.kr)
오너드라이버는 누구나 운전을 한다. 하지만 국내 실정상 면허를 따기 위한 입시용(?) 교육 이외에 올바른 운전 기술을 학습할 기회가 없어 운전 스킬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위급 상황에서 제대로 차를 컨트롤할 수 있는 운전자는 많지 않다. 기자는 앞으로 드라이빙 테크닉을 6개월간 더 연재할 계획이다. 기초적인 안전 운전 요령에서 전문 드라이버가 구사하는 드리프트까지, 실전 기술 위주로 하나씩 가이드하겠다. 차를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서는 기본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메커니즘도 함께 다루겠다. 더 안전하고 재미있게 차를 운전하고 싶다면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