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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달리기 위한 운전 기술 가운데 가장 먼저 익혀야 할 테크닉으로 풋 브레이크 조작법을 들 수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제동 기술을 소화하지 않고 무턱대고 달리겠다는 것은 기초를 무시하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내 운전자들 상당수가 이와 관련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면허를 딸 때부터 온통 달리고 도는 기술만 배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전자라면 이번 호에 소개하는 제대로 멈추는 요령을 꼭 익혀두어야 하겠다.
페달을 밟으면 작동되는 풋 브레이크는 크게 디스크 방식과 드럼 방식이 있다. 두 가지 모두 마찰재인 패드나 슈를 디스크나 드럼에 접촉해 바퀴의 회전을 낮춘다. 구조적인 장단점이 있고 최근 승용차에는 앞뒤 모두 디스크 방식이 널리 쓰인다.
제동은 운동 에너지를 열로 바꾸는 과정
차가 멈추는 과정을 물리적으로 해석하면 달리는 차의 운동 에너지를 열 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이다. 실제로 브레이크를 자주 쓴 뒤 바퀴 쪽을 살피면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바퀴의 회전 운동이 브레이크 조작으로 인해 줄어들거나 멈출 때마다 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흔히 베테랑 운전자 가운데 ‘브레이크를 가급적 덜 밟는 것이 잘하는 운전’이라고 말한다. 이는 운동 에너지를 열 에너지로 변환해 소모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화석 에너지인 연료를 엔진에서 태워 뽑아낸 운동 에너지를 열 에너지로 잃어버리는 낭비를 최대한 줄여가며 효율적으로 달릴 것을 강조한 말이다. 소모품인 브레이크 패드가 마모될 것을 걱정하는 잔소리가 아니다.
이론적으로 브레이크를 가장 효율적으로 밟는 요령은 ‘빠르고 섬세하게 밟는 것’이다. 고성능 경주차를 모는 레이서는 처음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건드렸다가 신속하게 내려 밟는다. 그리고 페달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 하드 포인트에 도달하기 직전 다시 천천히 밟는다. 무려 3단계로 나눠 밟는 셈. 일반 운전자의 경우 어설프게 이를 따라 하기보다 쭉 밀어주는 느낌으로 끝까지 밟는 것이 제동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하지만 ABS(Anti-lock Brake System) 같은 전자식 첨단 안전장치가 달린 차라면 상황이 다르다. 기자의 애마 BMW 325i의 경우 ABS는 물론 앞뒤 바퀴의 제동력을 조절하는 EBP(Electronic Brake Proportion), 급제동 때 부족한 유압을 올려 네 바퀴에 적절하게 배분하는 DBC(Dynamic Brake Control) 등을 갖춰 굳이 전통적인 브레이크 페달 조작 요령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쭉 뻗은 대로이건 굽이진 커브길이건 상관없이 최단 거리에서 차를 멈추려면 운전자는 최대한 강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전자 시스템이 스스로 알아서 신속하고 안전하게 차가 멈출 수 있도록 돕는다.
325i로 차를 바꾸기 전에 기자가 몰았던 엘란은 전자 시스템이 하나도 없는 차였다. 원론적인 드라이빙 테크닉을 갖췄다면야 문제없지만 그렇지 못한 오너 입장에서는 급제동을 걸 때마다 비지땀을 흘릴 수밖에 없다. 거기에 비한다면 325i는 ‘식은 죽 먹기’에서 ‘식은 죽’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다른 수입차도 325i와 대등한 브레이크 시스템을 갖췄다. 따라서 브레이크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무조건 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된다. 하지만 대다수 오너가 초기에만 강하게 페달을 밟는 문제가 있다. 초기에 강하게 밟은 만큼 끝까지 버텨야 자신의 차의 최고 제동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여성 오너의 경우 하이힐을 신으면 긴급 상황에서 제대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다는 점이다. 번거롭지만 본인과 다른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굽 낮은 드라이빙용 슈즈를 따로 챙기기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