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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처음 만나던 순간을 돌이켜볼 때 가장 또렷이 기억나는 건 모양이나 컬러가 아닌, 냄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기자에겐 새콤한 가죽과 플라스틱 냄새가 최고의 향수였고, 페로몬과 다름 아니었다. 그렇게 향기로울 수가 없었다. 혹자는 환경 호르몬의 영향을 걱정해 차를 사자마자 환기에 급급하다지만, 기자는 선팅지가 마르지 않았다는 핑계로 윈도를 꽁꽁 닫고 다니며 그 향기에 마냥 취해 살았다.
골프의 체취는 시간의 흐름에 발맞춰 시시각각 다른 표정으로 다가왔다. 바닥의 매트에 적당히 먼지가 내려앉으면서 자극적인 새 차 냄새는 어느덧 희미해지고, 텁지근한 냄새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런가 하면 비지땀을 흘려가며 세차를 마친 뒤에는 은은한 세제 냄새와 시큼한 걸레 냄새가 힘겨루기를 벌이곤 했다. 과일이나 꽃다발을 싣고 나면 한 이틀은 그 향기가 진동했다.
내 삶에 깊숙이 녹아들수록 골프는 한층 다양한 냄새를 피워냈고, 또 머금었다. 골프가 풍기는 모든 냄새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내 움직임의 궤적이 골프에 고스란히 냄새로 남은 까닭이었다.
에어컨 필터 바꿔 불쾌한 냄새 잡아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딱히 원인을 알 수 없는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온도조절장치를 켤 때마다 시금털털한 냄새가 솔솔 나곤 했다. 늘 그런 건 아니었다. 어떤 날은 나고, 또 어떤 날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 냄새가 가실 줄 몰랐다. 공조장치만 틀면, 불쾌한 냄새가 콧구멍 깊숙이 빨려 들어왔다.
지난번 AS 센터를 찾은 건 리모컨 키 때문이기도 했지만, 원치 않는 냄새를 없애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담당 영업 사원은 “임시방편으로 윈드실드 쪽에 곰팡이 제거제를 뿌리면 된다”고 했지만, 호기심이 동해 기어이 분당의 메트로 모터스 AS 센터로 향했다. 지난 호에 소개했듯이 리모컨 키의 배터리를 바꾼 뒤 정비사에게 증상을 설명했다.
역시 그의 처방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에어컨 필터가 교환 주기에 다다른 탓이었다. 교환 주기는 환경에 따라 변화무쌍하단다. 특히 온도 변화가 심해 습기가 차기 쉬운 환절기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봄·가을에 한 번씩 바꿔주면 좋다고 했다. “곰팡이 제거제를 뿌리면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할 수 없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교환에 걸리는 시간은 10~15분, 부품 값은 1만6천 원 정도라고 했다.
당장 바꾸기로 했다. 직접 도전해볼 만도 했지만, 처음인지라 그의 손에 맡기기로 했다. 잠시 후 그가 자그마한 박스를 들고 나타났다. 박스 스티커의 엠블럼으로 보아 폭스바겐·아우디·스코다·세아트 등 그룹 계열사 모델에 두루 쓰는 모양이었다. 박스에서 꺼낸, 촘촘히 골이 파인 에어컨 필터는 우레탄처럼 부드러웠다.
골프의 에어컨 필터는 동반석 글로브 박스 밑에서 빼낸다. 몇 개의 핀을 풀러 덮개를 열자 간단히 분리되었다. 수명이 다한 필터와 새 필터를 나란히 비교하니 색깔 차이가 확연했다. 새 필터를 끼워 넣는 것 역시 간단했다. 부품 가지러 가는 시간과 사진 찍는 시간을 빼면 10분이 채 걸리지 않을 만큼 손쉬운 작업이었다. 공임은 1만2천 원 정도.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간단한 실내 청소까지 해줬다.
그는 작업을 마치면서 “집에 가는 길에 공조장치를 외기 유입으로 선택한 상태에서 뜨거운 히터를 유리창 쪽으로 10분 이상 세게 틀어놓으라”고 주문했다.
예의 불쾌한 냄새는 필터를 갈아 끼운 순간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냥 가기 아쉬웠는지 점차 희미해지면서 여운을 남기더니, 하루 정도 지나서야 말끔히 가셨다. 발품 팔고 비용 들여 진한 냄새 하나를 지워낸 골프. 앞으로 또 어떤 냄새와 더불어 기나긴 인연의 끈을 이어갈지, 벌써부터 사뭇 궁금해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