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굳이 지면에 소개할 것도 아니었으나 막상 닥치고 나니 머뭇거리는 나 자신이 보였다. 운전하면서 흔히 생길 수 있는, 그저 헤드램프 전구 하나가 수명을 다해버렸을 뿐인데….
공식딜러 서비스망 통해 부품 구해랭글러가 헐렁한 미국 차의 전형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빈틈없는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전선 하나 감추기 힘들 만큼 촘촘했다. 손가락은커녕 드라이버 하나 들어갈 곳이 없다. 일단 웬만한 국산 차보다 플라스틱 패널이 두껍다. 이를 고정하는 볼트 크기와 강성도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탓에 핸즈프리와 멀티 소켓 전선을 대시보드 안쪽에 숨기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했다. 수동식 윈도를 전동식 파워 윈도로 바꿔 달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어 내장재를 걷어내고 부품을 끼워 넣을 때, 그렇지 않아도 뚱뚱한 손가락은 퉁퉁 불어터져버렸다.
한때 오프로드 튜닝에 푹 빠져 살 즈음, 앞바퀴 허브와 등속 조인트 교환, 스프링과 쇼크 업소버 바꾸기 등은 직접 덤볐다. ‘경정비는 반드시 정해진 곳에서’라는 자동차 관리법도 살짝 어겨가며 지하주차장 구석진 곳에 차를 세우고 그 밑에 기어들어가 낑낑대기 일쑤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이 달라진 것도 아닐 텐데(몸은 예전 같지 않다) 랭글러 헤드램프 전구 하나 나간 사실에 사뭇 당황했다. 일단 서비스 센터에 들러 전구교환을 요청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었겠으나 성격상 절대 사절! 간단한 작업이니만큼 부품을 구해 직접 해보고 싶었다.
부품은 크라이슬러 SK네트웍스 강서 서비스 센터에서 구입했다. 값은 부가세를 빼고 1만2천~1만8천 원이다. 여기에서 팁 하나! 같은 부품일지라도 생산 연도에 따라 값이 다르다. 해가 바뀔 때마다 부품 값이 인상되기 때문. 생산 연도가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면 모를까 간단한 전구 정도는 값 싼 재고품을 찾을 수도 있다. 기자가 1만2천 원짜리를 구한 이유다.
